이거 될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단 한 장으로 압축시키는데 꽤 시간 걸렸다는.
KISS원칙을 적용해 보았다.
Keep It Short, Stupid.
선장님에게 두 장까지 읽으실 시간이 없으실 지도 모르니깐!
그리고 뻥을 조금 쳤다는.
People say that I am a reliable worker.
아무도 reliable 하다고 안 하지만. -,.-
신뢰감을 듬뿍 안겨드리기 위해 공식문서인 여권까지 스캔하는 정성을
선장님께서 부디 캐치해 주셨으면 한다는.
지도를 더 멋지게 만들고 싶었으나, 나의 부족한 역량이 한스러울 뿐. 시간도 많지 않고.
어찌 하랴! 나는 그저 노력할 뿐이다!
그래도 남미로 가고 싶어하는 나의 의지가 반영된 굵고 푸른 화살표!
가급적 말을 아끼려 나름대로 애썼다.
"돈이 없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하겠다..."
이렇쿵 저렇쿵 썼다가 결국 모두 지웠다는.
그 신세한탄 지루장황한 글을 누가 한가로이 읽고 있겠냐고.
아름답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쳐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턱턱 막히고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대서양!
내가 지금 너를 건너려 한다!
결과적으로 대서양을 건너지 못하게 된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시도"라는 것을 했으니까.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마드리드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알아도,
스페인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알헤시라스라는 곳은 아마도 잘 모를 것이다.
우리나라 한진해운의 배도 이곳을 지나간다.
바로 이 알헤시라스라는 곳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세계 물동량의 95%는 배로 이동된다. 95%.
우리가 바다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정보를 찾던 중,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님의 강연회 기사를 읽게 되었다.
"꿈, 희망, 열정을 담고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서 하나의 컨테이너 박스를 만든 후,
내 박스를 어느 포트(항구)에 내려 놓을 지 설계하라!"
내 인생 두 번째 선박 히치하이킹.
솔직히 내가 이거 한다고 어디서 밥이 나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상도 안 주고 아무도 칭찬도 안 해준다.
하지만 난 건너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대서양 앞에서 가슴이 뛴다.
한진해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최은영 회장님이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혼자서 착각 아닌 착각도 해본다.
여행을 하며 역사, 지리, 예술, 과학, 체력, 관계, 노력의 소중함 등 새로이 배우는 것들이 무척 많다.
그것은 곧 내가 그동안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가를 반증한다.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그래서 그렇게들 공부, 공부 하는가 보다.
한편 이 한 장의 문서를 만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은 도움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면,
죽기 살기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에게 뼈저리게 알려주셨다.
그들은 인터넷상에 이름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분들의 이름이나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독일인 F, 스페인인 C.
1. (어쩌면 남들은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을) 이 문서를 만드는데 10차례도 넘는 수정을 봐 주시고
2. 끊임없이 끼니마다 몸에 좋은 음식들만 준비해 주시고
3. 선장님과 연결되면 휴대폰이 없는 내가 곤란하니, 휴대폰을 사 주시고
4. 수 십 차례 이곳저곳 들르고 전화하며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나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5. 여행을 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해 주시고
6. 걸레처럼 낡아버린 자전거 타이어를 새 것으로 바꾸어 주시고
7. 혼자서 작업하고 있는 내게 신선한 공기를 쐬러 나가자며 함께 산책해 주시고
8. 끊임 없이 격려해 주시고, 비판해 주시고, 어쩌면 나보다도 더 열심히 배를 찾아주려 노력해 주신 분들
그 분들은 왜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셨어야 했을까...
내가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나는 서럽도록 눈물이 난다.
그 분들은 과거 나의 이기적이었던 마음을,
사랑으로 철저히 부수고 계신다.
내가 할 일은 배를 찾아야 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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