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여행 중에 한 번은 독일인 아내와 이스라엘인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독일인 아내 덕분에 아이는 독일 여권을 가질 수 있었는데, 독일인 아내는 그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내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자식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권을 갖게 되었다며.
무식한 나는 독일 여권이 그렇게나 좋은 건가? 싶어 물었더니, 도난되거나 분실된 독일여권은
암시장에서 상당히 고가에 팔리곤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단다. 미국 여권보다 더 낫다고.
내 생각에는 한국 여권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은데?
한국 여권으로는, 웬만큼 산다는 나라 대부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비자가 필요하다면 소정의 비용을 들여 비자를 얻으면 입국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심지어 미국도 비자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알면, 유럽 친구마저도 놀라곤 한다.
모로코까지 오는 동안 들렀던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자가 필요치 않았다고 모로코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은 세상이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식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모로코가 아프리카처럼 낙후된 국가가 아님에도, 해외를 여행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비자 때문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라 해도 비자를 얻기 위해선,
모로코인으로선 재산과 수입도 많아야 하며, 직업도 좋아야 한단다.
그런데 그런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어도 모리타니아라는 나라를 가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모로코 친구들은 그 사실을 무척이나 황당해했다.
지금까지 거쳐온 나라 대부분 비자가 필요 없었고,
심지어는 미국조차도 비자가 필요치 않은 한국여권이,
모리타니아는 비자가 필요하다고?
참으로 부끄럽게도 모로코에 오기 전에는 난 사실 모리타니아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 아닐런지 싶다.
어쨌든 한 달 동안의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340디르함을 내야 했다.
내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지불하지 않으면 입국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불해서라도 꼭 받아야만 했다.
대사관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비자 관련 업무를 보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대사관으로 향했다.
초행길이라 길을 헤매던 중, 아주머니 한 분이 대사관 가는 길을 알려 주시겠다고,
5분만 집안에 들어갔다 다시 나올테니 기다려 줄 수 있겠냐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했다.
집안으로 따라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바깥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부유한 집처럼 보였다.
잠시 후에 나오신 아주머니가 모리타니아 대사관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면서,
내가 형편이 좋지 않아 보여서였는지, 모리타니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무료로 달라고 한 번 말해보라고 하셨다.
무료로 주지 않거든, 아주머니께 다시 오라고. 다시 오면 비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시겠다고.
듣고 나니 나로서도 참 황당했다.
아니 도대체 이 세상 어느 대사관에서 비자를 공짜로 준단 말인가?
어디 빵집에 가서 빵 한 개 얻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국가 정부기관인데,
공짜로 달란다고 비자를 공짜로 주겠는가.
밑져야 본전, 나 혼자서는 도저히 창피해서 비자를 공짜로 달라고 말하지 못했을 텐데,
아주머니의 권유는 나로 하여금 '혹시 또 알아? 비자를 공짜로 줄지.'라는 근거 없는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비자를 무료로 줄 수 있겠는지 묻는 내게, 모리타니아 비자 담당자는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대사관에서 비자 안 주면 다시 오라고 하셨으니까.
아니 도대체 이 세상 어느 대사관에서 비자를 공짜로 준단 말인가?
어디 빵집에 가서 빵 한 개 얻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국가 정부기관인데,
공짜로 달란다고 비자를 공짜로 주겠는가.
밑져야 본전, 나 혼자서는 도저히 창피해서 비자를 공짜로 달라고 말하지 못했을 텐데,
아주머니의 권유는 나로 하여금 '혹시 또 알아? 비자를 공짜로 줄지.'라는 근거 없는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비자를 무료로 줄 수 있겠는지 묻는 내게, 모리타니아 비자 담당자는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대사관에서 비자 안 주면 다시 오라고 하셨으니까.
들은 대로 아주머니 다시 찾아갔다. 아주머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셨다.
잠시 후에 나오시더니, 내 점심이라며 손수 싸신 샌드위치와 편지 한 통을 주셨다.
이 편지를 모리타니아 대사관 F에게 전달하면, F가 비자를 줄 것이라며. F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빈틈없이 봉해진 편지 안의 내용물이 무척 궁금했다. 혹시 내 대신 비자비용을 내주시려는 것일까?
물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내용물이 혹시 비자대금인지를 여쭤보았더니,
정색하시며, 자신은 누구에게도 돈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셨다.
대사관으로 가는 길에 햇빛에 비쳐 보아도, 내용물이 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후에 나오시더니, 내 점심이라며 손수 싸신 샌드위치와 편지 한 통을 주셨다.
이 편지를 모리타니아 대사관 F에게 전달하면, F가 비자를 줄 것이라며. F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빈틈없이 봉해진 편지 안의 내용물이 무척 궁금했다. 혹시 내 대신 비자비용을 내주시려는 것일까?
물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내용물이 혹시 비자대금인지를 여쭤보았더니,
정색하시며, 자신은 누구에게도 돈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셨다.
대사관으로 가는 길에 햇빛에 비쳐 보아도, 내용물이 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대사관에서 F를 만났다. F는 여성이었고, 정확한 지위는 모르겠으나, 넓은 사무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고,
사용하는 탁자가 굉장히 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지위가 높으신 분인 것 같았다.
사실 처음 나 혼자서 대사관을 찾았을 때는 F를 만나지 못했고, F 밑의 직원들만 만났다.
그 직원들 옆에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여권들이 산떠미처럼 쌓여 있었다.
비자를 신청하면 당일 발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루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F가 편지를 내가 보는 앞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다행히도 내용물을 볼 수 있었는데, 내용물은 편지뿐이었다.
사용하는 탁자가 굉장히 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지위가 높으신 분인 것 같았다.
사실 처음 나 혼자서 대사관을 찾았을 때는 F를 만나지 못했고, F 밑의 직원들만 만났다.
그 직원들 옆에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여권들이 산떠미처럼 쌓여 있었다.
비자를 신청하면 당일 발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루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F가 편지를 내가 보는 앞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다행히도 내용물을 볼 수 있었는데, 내용물은 편지뿐이었다.
편지를 다 읽은 F.
놀랍게도 340디르함를 내고도 하루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비자를,
5분도 채 안 되어서 초고속으로 발급해주었다. 물론 무료로. 할렐루야!
도대체 그 아주머니는 뭐 하시는 분이시길래. 설마 모로코 장관이라도 된단 말인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 댁에 다시 찾아갔지만, 외출 중이셨다.
놀랍게도 340디르함를 내고도 하루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비자를,
5분도 채 안 되어서 초고속으로 발급해주었다. 물론 무료로. 할렐루야!
F에게 내용을 물었더니, 한국에서 모로코까지 자전거 타고 온 용기있고 훌륭한(?) 이 청년에게
비자를 무료로 줄 수 없겠냐는 내용이라고.
F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Not at all"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도대체 그 아주머니는 뭐 하시는 분이시길래. 설마 모로코 장관이라도 된단 말인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 댁에 다시 찾아갔지만, 외출 중이셨다.
부자에 대한 반감이 심한 한 모로코인 친구는 내게 부정적인 두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그 분이 정말 부자였고 나를 정말 돕고 싶었다면,
애당초 무료 비자를 요청해보라고 권유할 것이 아니라,
내 앞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돈을 주었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그 분이 정말 부자였고 나를 정말 돕고 싶었다면,
애당초 무료 비자를 요청해보라고 권유할 것이 아니라,
내 앞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돈을 주었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자신의 돈은 절대 쓰지 않으면서, 도와주려는 생색만 낸다고.
또, 비자를 무료로 발급해준 국가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모리타니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
미국이나 유럽의 대사관이었다면, 편지 한 통으로 무료로 비자를 발급받는다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이겠느냐고.
또, 비자를 무료로 발급해준 국가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모리타니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
미국이나 유럽의 대사관이었다면, 편지 한 통으로 무료로 비자를 발급받는다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이겠느냐고.
그 분이 모리타니아 대사관을 얕본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약소국 모리타니아 입장에서는, 그 분이 상대적 강대국인 모로코의 중요인물이라 가정했을 때,
괜히 그 뜻을 거슬렀다가 국가적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를 바에야, 비자 주고 끝내는 것이 손쉬운 일이었을 거라고.
그 친구의 말이 일리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친구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주머니께서 부자고 아니고를 떠나서, 편지를 써 주신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다.
부자든 빈자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지를 써 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 한다.
설령 생각은 하더라도, 생각에 그칠뿐,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
또 간과하기 쉬운 사실 하나는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다.
부자=악
빈자=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부자가 곧 악은 아니다.
내 생각엔 부자 중에도 선이 있다. 가려져서 잘 안 보여서 그렇지.
또 가난하다고 다 선한 것도 아니다. 가난하고도 악한 자들도 있다.
내가 가지지 못했다는 원망을 모든 부자에게 돌려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혀 부자도 아닌, 빈자 중 빈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쥐가 고양이 생각해 주는 격이겠지만..
나는 그 분을 통해 또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나의 도움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성급히 점칠 것 없이,
나의 할 일은 그저 도울 뿐인 것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설마 그게 되겠냐며
도우기를 포기한다.
시도조차 않는 것이다.
약소국 모리타니아 입장에서는, 그 분이 상대적 강대국인 모로코의 중요인물이라 가정했을 때,
괜히 그 뜻을 거슬렀다가 국가적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를 바에야, 비자 주고 끝내는 것이 손쉬운 일이었을 거라고.
그 친구의 말이 일리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친구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주머니께서 부자고 아니고를 떠나서, 편지를 써 주신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다.
부자든 빈자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지를 써 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 한다.
설령 생각은 하더라도, 생각에 그칠뿐,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
또 간과하기 쉬운 사실 하나는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다.
부자=악
빈자=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부자가 곧 악은 아니다.
내 생각엔 부자 중에도 선이 있다. 가려져서 잘 안 보여서 그렇지.
또 가난하다고 다 선한 것도 아니다. 가난하고도 악한 자들도 있다.
내가 가지지 못했다는 원망을 모든 부자에게 돌려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혀 부자도 아닌, 빈자 중 빈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쥐가 고양이 생각해 주는 격이겠지만..
나는 그 분을 통해 또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나의 도움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성급히 점칠 것 없이,
나의 할 일은 그저 도울 뿐인 것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설마 그게 되겠냐며
도우기를 포기한다.
시도조차 않는 것이다.
아니, 사실 더 엄밀히 말한다면,
돕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앞으로 부자가 될지,
빈자가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이 아주머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앞으로 부자가 될지,
빈자가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이 아주머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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