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1일 화요일

잃어버린 페이스북 친구여 돌아오라






페이스북 친구가 1300명 정도 된다.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상당수가 세계일주를 다니며 스치듯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마치 이메일을 교환하듯 친구가 된 경우도 많다.
한국인 친구보다 외국인 친구들이 더 많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랄까?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정작 몇 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형이 하나 있다.
내 주위 대부분의 청년층은 형과 마찬가지로 문 후보를 지지했고,
왜 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 그 이유 등을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나는 사실 지금의 박 대통령이나 문 후보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후보도 지지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굳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박 대통령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각만 했지, 문 후보를 지지했던 상당수의 친구들처럼,
왜 박 후보를 지지해야만 하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물론 당연히 내 또래 친구들은 의외라는 반응들이었다.
심하게는 나를 마치 배신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우선 전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정치만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나와는 달리 모두가 정치 전문가라서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일부는 알기 때문에 지지했고, 또 다른 일부는 모르고도 지지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보라고 하는 것들 보았다. 일부는 수긍도 갔지만,
대선이 다가올 수록 더욱 심해졌던 네거티브나, 흑백논리, 근거 없는 그럴 듯한 소문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도 많았다.
특히 신천지를 비롯,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이라는 것. 시청 후의 개인적 감상은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친일파 청산은 차치하고라도, 친일파가 잘못되었다는 것에는 물론 동의한다.
친일파가 잘못되었다는 것에는 동의하더라도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내 짧은 생각에는, 역사나 정치라는 것에는 명암이 있다고 본다.
긍적적 측면이 있으면, 부정적 측면 또한 있는 것이다. 다 인간들이 하는 일이기에.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은 오직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켰다고 난 판단했고,
백번 양보해서 동영상 내용까지 동의하더라도,
문 후보만이 민주당만이 우리 민족의 역적을 처단할 수 있는 정의의 사도라고,
그 동영상에 빌붙어서 주장하고 싶다면, 나는 글쎄라고 대답하고 싶다..
처단하고자 한다면, 처단하고자 하는 쪽이 떳떳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이 그 떳떳한 세력이라고 나는 보지 않는다.

또 누구는 그래도 새누리당보다야 민주당이 백번 낫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열렬히 사랑하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백번 나은데도,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이었다랄까?
내 생각에는 밉지 않은 자식 민주당은 정신차려야 한다.
권력에 미쳤는지, 사랑하는 자식이 선거가 다가온다고 해서,
신천지나 프레이저 동영상 따위 만드는 일에 정신을 팔고 있다면 신뢰를 보낼 수는 없다.
사랑하는 자식 정신 차리게 만들기 위해서는,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줄 수밖에는 없다.

또 사실 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즉 보수와 진보의 관계를 그냥 부부관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중,
어렸을 때는 어머니를 이해했다가도, 나이가 드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든지,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어느 한 쪽을 더 이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번 보수는 영원한 보수? 한 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지지했다가도 박근혜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 마련이다. 시간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새누리당은 절대 악이고, 민주당은 절대 선이라고 보지 않는다. 둘 다 악이거나, 둘 다 선이다.
둘 다 잘 해보려고 하는 거다 물론. 잘 해보려 한다고 해서, 늘 잘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선거 전에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적극적으로 올린 적은 없고,
문 후보를 지지하던 몇몇 사람들의 홍보글 내용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을 때,
인터넷 상에서 가끔씩 격론이 벌어지기는 했다.
페이스북 친구가 끊어지면, 관계가 끊어졌다고 따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끊어진지 모를 수가 있다.
이제 보니 격론이 벌어졌던 어떤 형과 관계가 끊어져 있었다.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하여, 왜 관계까지 끊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흔히 진보 쪽에서는 보수가 소통이 안 된다는 푸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소통이 안 되는 것은 어느 쪽인가 싶다.
왜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다른 생각은 오직 진보 쪽 생각만 용인되는 것인지.
내 생각에는 박 대통령이든,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든,
우리나라가 갑자기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거나, 갑자기 망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난 설령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크게 기뻤거나,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되었구나 정도?
이미 앞서 말했듯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님이 오늘은 아버지가 지시고, 어머니가 이기셨네 정도랄까?
다만 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말하듯, 박 대통령보다 박 대통령 측근들이 더 문제라는 주장처럼,
나 역시 신천지 소문이나,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 따위나 만드는 세력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똑같이.

내 생각에는 지난 이명박-정동영 선거 때나, 박근혜-문재인 선거 때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
이명박-정동영 선거 때, TV토론 등을 지켜 보던 많은 국민들은 정동영 후보에게 크게 실망했다.
가령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도, 무조건 엉뚱하게 이명박이 나쁘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은 시종일관 이명박이 나쁘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나쁜점은 국민들도 알고 있어 말할 필요가 없고,
본인의 생각을 말해야 함에도, 이명박 나쁘다 소리만 해대니,
이명박이 나쁜 줄 알면서도, 이명박을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지 않았던가?
박근혜-문재인 선거도 양상은 다르지만, 내용은 똑같다고 본다.
정동영은 그 자신의 입으로 이명박 나쁘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했다고 한다면,
문재인 자신은 "박근혜 나쁘다"는 말을 가급적 삼가면서,
정수장학회, 신천지, 프레이저 보고서 동영상 등이 문재인을 대신해, 박근혜 나쁘다를 외쳐대고 있던 것이다.
박근혜 나쁜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정작 자신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것인지?
현실성 없는 천지개벽과 같은 공약들. 새누리당이고, 민주당이고 둘 다 마찬가지다.
그런 사탕발림은 나라도 할 수 있고, 선거철이니 어쩔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말들은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 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50대의 변절이라는 말도 있었다. 
잃을 것이 없고 다 가진(?) 50대는 안정을 추구해 박근혜를 지지했다고.
황당한 소리다. 50대가 도대체 뭘 다 가졌다는 것인지? 
모셔야 할 부모님과 취업 못한 자식들이 있지 않나?
취업 못한 자식은 자신의 취업 생각만 하면 될지 모르겠지만, 
50대 유권자들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은데? 
나는 그들의 선택이 이기적었다고 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생각이란 늘 변하는 것이다.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도 있다. 인간이기에 얼마든지.

그리고 사실 유권자인 인간들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전국의 땅값은 다 떨어져도 우리집 땅값만은 올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내 생각엔 각자 자신의 그 이기심을 가장 잘 이루어줄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지지했을 뿐이다.
요새 세상에 누가 국가나 타인 또는 모두의 이익부터 생각하나?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겠지.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자면 부자인 대로.
그것을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이란 원래가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라 생각하니까.
인간의 본성, 이기심과 좌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선거 후에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서민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종편이나 보고 못 배우고 멍청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니,
더 이상 그들을 배려할 필요가 없고,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가령 이제는 마트만 가고 재래시장을 굳이 갈 필요가 없고, 
지하철 노약자 무임승차 등의 복지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 등도 있었다.
나의 말이 입만 바른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인간된 도리일 뿐이다.
자신과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더욱 각박해질 것이고, 결국에 그 피해는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약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것이 당연히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의 관계까지 서먹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문 후보를 지지했던 주위 사람들과 관계가 서먹해졌을 것 같지는 않다.
관계가 끊어졌던 형에게 다시 친구 요청을 보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그냥 형-동생 관계였는데.
이제는 형-동생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인지.
왜 그래야 되는 건지 난 사실 정말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왜 배신자가 되어 있는 것인지.
나의 다른 생각을 표현한 것이 그리 잘못이었던 것인지. 
아, 진짜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 건만. 
또 주저리 주저리 싸지르고야 말았다.
형, 다시 돌아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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