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다는 것은?

친절하다는 것은?

독일 출신 한 여성 자전거 여행자가 한국을 찾았다. 
그녀가 블로그에 글을 하나 썼는데, 타이완인의 친절을 극찬하는 내용이었다.
그 여행자에게 한국에서 도움을 주었던 한 한국 분이 영어로, 
"아시아인은 원래 그렇다"라고 댓글을 다셨다. 
그러자 독일인 여행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한국 분은 다시, "아시아인들은 원래 손님을 환대한다"고 풀어서 설명하셨다.
그러자 독일인이 말하기를, "그것은 일반화할 수 없다. 타이완인의 친절은 남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독일인이 하고 싶었던 말은, 타이완인이 친절하다는 것이었지, 딱히 한국인이 불친절하다고 의미한 것은 아닌 것 같으나, 한국인 입장에서 듣기에 썩 그리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그녀를 도와주었던 한국 분 입장에서 듣기에도 좀 무안하셨을 것 같다. 사실 그녀에게 잘못은 없다. 그녀는 단지 자신이 느낀 그대로 타이완인에 대한 의견을 솔직히 표현했을 뿐이다. 난 타이완인이 얼마나 친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한국인으로부터 타이완인에게서 느꼈던 만큼의 친절을 못 느꼈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매우 안타깝지만, 한국인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한국인이 그렇게 친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여기서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국인들은 제외.

사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세계를 일주하고 있는 그녀가 한국에 할애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 같고, 그 짧은 시간에 한국과 한국인을 충분히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수 또한 무척 많다. 그 날 따라 날씨가 좋지 않았다든가, 몸상태가 피곤했다든가, (한국에도 친절한 사람은 많지만) 운 나쁘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든가. 다른 한편으론, 그녀 한 사람의 주관적 평가에 우리가 울고 웃을 이유도 사실 없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찾은 다른 독일인이나, 다른 외국인은 그녀와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하나 지적하자면, 아시아인이라 해서 다 친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그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그녀가 타이완인은 친절하다고 말하는 것 역시 일반화의 오류인 것을. 사실 이쯤되면 타이완인이 얼마나 친절한지 대만에 가서 느껴보고 싶을 정도다.

사실 나 역시 댓글을 달까 했는데, 괜히 한국인의 질투로 느껴질까 싶어 관두었다. 게다가 5분 뒤에 보니, 독일인이 알아서 지운 건지, 아니면 한국 분이 지워달라고 부탁하신 것인지, 두 분의 댓글들이 다 삭제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녀처럼 그렇게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것이 바로 서양인들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같은 질문을 동양인, 아니 한국인이 받았다면, 듣는 사람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맞다, 그렇다! 아시아인들을 정말 친절하다"라고 선의의 거짓말로 대답을 했을 수도. 나 또한 여행 중에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친절했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이다. 순위를 매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친절을 베푸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 하나만큼은 말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볼리비아의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