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4일 금요일

미생, 엽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책이나 영화가 있을 , 
왠지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가 않다. 
괜히 나까지 동원되어야 하나 싶고.
예를 들면 스타크래프트라던가, 다빈치코드라던가 그런. 
그러다 잠잠해졌다 싶으면, 혼자 조용히 찾아보게 된다.
미생이라는 만화가 화제일 때는 보지 않았지만, 최근에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종종 두던 바둑이 생각났다. 
우리 프로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하는 사람끼리 붙어도 나름의 재미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친구 중에 바둑을 둔다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와는 좋은 기억과 그렇지 않은 여러 기억들이 있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였는데, 방황을 해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친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미생에서 대기업의 계약직 사원 주인공이 양말과 팬티를 팔며 고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행 중에 시도해봤던 여러 경험들과 오버랩되었다.칠레의 이키케라는 곳에선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벼룩시장에 이것저것 내다놓고 팔아보기도 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종이에 한국어나 일본어로 이름이나 원하는 문장을 써주는 ,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사진들로 엽서를 만들어서 팔아보고 있다. 사실 수입이 짭짤하거나 대단한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일을 통해서 나름 깨닫는 바도 있다. 대학 4, 대학원 3. 책상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거리에서 장사를 해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고, 해볼만 가치는 있는 같다.

일단, 나는 숫기가 많이 없는 편인데, 숫기가 없는 나를 잊고 다른 내가 되어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편인데, 여행 중에는 끊임없이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리해야 한다. 여전히 필요하지 않음에도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많다. 필요성과는 별개로 물건들은 나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저히 갖고 다닐 없겠다고 판단한 물건들을 분리해서 벼룩시장에서 값에 파는데, 내가 이미 값을 깎아서 내놓은 물건들을, 거기서 깎으려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물건을 사는 입장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역시 물건값을 깎고는 한다. 입장 차라는 것은 그런 것인가 보다.

여행 중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는 않으면서도 내가 있는 일은 뭘까? 생각하다 보니, 나는 사진을 찍으니, 내가 찍은 사진들로 엽서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엽서라는 구시대의 유물로, 요새 세상에 엽서를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엽서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인 것이다.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도록 만들어볼 수는 있다. 가령 엽서 뒤에 한국어나 일본어로 이름을 준다든지. 그러면 단순한 엽서에서 작은 선물 변신하는 것이다. 바닥에 놓고 파니, 엽서가 자꾸 바람에 날리곤 했다. 어떤 아저씨는 그렇게 날아간 엽서를 돌려주기는 커녕 주워서 가져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장사가 된다 싶으면 경찰들이 와서 쫓아낸다. 엽서를 펜스에 걸어서, 사람들 눈높이에서 있으면서도, 바람에 날리지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도록 해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행동, 심리 등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개선을 해보는 것이다. 엽서를 만들면서 종이의 재질이라던가 재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기도 하고, 어디 가면 원하는 것을 싸게 있는지도 배운다. 비록 단순히 엽서일뿐이고, 수익은 적거나 없을 때도 있지만, 내게는 여러 가지에 대해서 배울 있는 귀한 수업이다. 아무리 작은 것에서도 배울 있는 것은 있다. 누가 아는가? 지금은 엽서를 팔지만, 경험이 나로 하여금 앞으로 무엇을 팔게 할지.
그리고 사족이지만 아무리 엽서를 팔고 있다 해도 여전히 본업은 어디까지나 여행이지, 엽서 판매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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