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3일 수요일

그라나다에서 만난 J할아버지





인도계 영국인인 J할아버지는 스페인 그라나다에 사신지 4년이 되었다.

개인적 이유로 부인과 이혼하고, 자식들도 모두 영국에 있다고 한다.

63세의 나이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월세 내고 전기세 등 이것저것 쓰고 나면, 하루에 3유로씩만 쓰고 살아가신단다.

정말 말씀하신 대로 하루에 3유로씩만 쓰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좁은 단칸방에 살고 계시지만, 그 좁은 방에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200차례도 넘게

재워주셨다고 한다. 심플한 음식밖에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던 할아버지는,

늘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대접해주셨다. 할아버지는 영국과 미국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무전으로 그라나다까지 온 나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하셨다.

어차피 곧 보조금도 끊기고 할아버지도 무전으로 영국과 미국까지 가시겠다고.

내가 하는 말이 아무리 시덥지 않은 주제라도, 매번 귀 기울여 주시고

크게 공감해 주시곤 하셨다.

나이를 떠나서 할아버지가 꼭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런 할아버지가 내게 10유로를 주셨다.

거듭 사양했지만, 할아버지 형편이 내 형편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할아버지 말대로면 3일치 생활비인데.

그냥 짠했다 내 마음이.

상상해 보았다.

할아버지가 가시고 싶어하시는 뉴욕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계신 모습을.

언젠가 그 모습을 꼭 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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