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영국인인 J할아버지는 스페인 그라나다에 사신지 4년이 되었다.
개인적 이유로 부인과 이혼하고, 자식들도 모두 영국에 있다고 한다.
63세의 나이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월세 내고 전기세 등 이것저것 쓰고 나면, 하루에 3유로씩만 쓰고 살아가신단다.
정말 말씀하신 대로 하루에 3유로씩만 쓰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좁은 단칸방에 살고 계시지만, 그 좁은 방에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200차례도 넘게
재워주셨다고 한다. 심플한 음식밖에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던 할아버지는,
늘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대접해주셨다. 할아버지는 영국과 미국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무전으로 그라나다까지 온 나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하셨다.
어차피 곧 보조금도 끊기고 할아버지도 무전으로 영국과 미국까지 가시겠다고.
내가 하는 말이 아무리 시덥지 않은 주제라도, 매번 귀 기울여 주시고
크게 공감해 주시곤 하셨다.
나이를 떠나서 할아버지가 꼭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런 할아버지가 내게 10유로를 주셨다.
거듭 사양했지만, 할아버지 형편이 내 형편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할아버지 말대로면 3일치 생활비인데.
그냥 짠했다 내 마음이.
상상해 보았다.
할아버지가 가시고 싶어하시는 뉴욕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계신 모습을.
언젠가 그 모습을 꼭 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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