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선교사님은 친분 때문인지 하용조 목사님 말씀을 자주 인용하신다.
그 중 명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명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명품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명품을 가진 사람들을 단지 부러워 할뿐이지,
그들을 진정 존.경.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런데 그 명품이 사실은 다름 아닌 바로 나라고. 나 자신.
예수님의 핏값으로 산. 도저히 돈으로는 값어치를 매길 수조차 없는.
이런 문제는 나에게도 일어난다.
나에게는 이번 여행을 위해 여행 전 조금 무리해서 산 DSLR 카메라가 한 대 있다.
무리이긴 했지만, 한국에 있을 당시 열심히 일을 했었고, 필요했기에 어떡하든 하나 살 수는 있었다.
근데 문제는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는 안 쳐다보고,
다들 카메라부터 먼저 보는 거야. 사실 나한테 카메라만 있지 막상 돈도 없이 여행하는데,
물론 사람들이 그런 내 속사정까지 알 턱이 없고, 그들에게는 그냥 나는 이미 부자인 거라.
내가 사실 너가 생각하듯 부자가 아니고, 정작 오늘 밥 먹을 돈도 없다고 설명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카메라가 모든 걸 다 말해주고 있잖아. 나 부자임!하고. 카메라가 낙인이라니까.
근데 또 어떤 사람들은 내가 거지인 줄 알기도 한다.
어째 차림도 꾀죄죄하고, 주머니에는 밥 사먹을 돈도 없고 그렇다 보니.
일부러 꾀죄죄해 보일려고 그런 건 아닌데, 늘 태양 아래서 장시간 자전거를 타다 보니,
꼴이 딱 거지 비슷한 거라. 그래서 다들 나를 이외수라 부르는 거겠지.
한 번은 내가 생각해봤다. 내가 걸친 것 중에 내 것이 무엇인지.
근데 스스로도 깜짝 놀라버렸어.
신발은 프랑스 친구가, 옷은 독일 친구가, 팬티는 몬테네그로 친구가...
결국 다 누군가에게 얻은 것이지, 내 것이 없는 거야! 심지어는 어떻게 된 게 팬티마저도 내 것이 아니야!
이건 거지처럼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거지라고 해도 틀린 말도 아니잖아!
그런 거지가 비싼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로서는 어리둥절 할 수밖에.
어울리지가 않으니까.
거지에게 DSLR은.
암튼 내 카메라로 워낙 많은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은 해.
하지만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매번 카메라를 가방에다 넣었다가 도로 뺐다가 하는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늘 목에 걸고 다니며 그때그때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왔는데,
이제는 어째 성능이 처음 샀을 때만도 못하네? 사진들도 선명하지가 않고 어둑어둑하고.
내가 찌는 듯한 사막도 다니고, 눈 내리는 산속에서도 자고, 카메라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사진도 너무 많이 찍었고 해서 카메라 너도 결국 맛이 가버렸구나 추측만 할뿐.
이제는 배터리가 완충을 해도 30분을 채 못간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배터리를 빼 놓았다가,
사진 찍을 때마다 배터리를 꼈다가 다시 뺐다가를 반복하는 짓을 내가 지금 하고 있어.
근데 사람들은 내가 부자인줄로만 알고. 근데 현실은 걔네들이 가진 작은 카메라가
지금의 내 카메라보다 훨씬 화질이 더 나은 거라.
사실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가볍고 성능도 쓸만하면서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카메라 가진 애들이 더 부럽거든?
지금 내 카메라의 유일한 기능이라고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부자로 인식시켜 준다는 것뿐이야.
내가 억지로 불쌍해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부자로 보여서 좋을 것도 물론 없어.
내 자전거는 잔고장이 늘 많고, 브레이크(패드)를 가끔씩 새로 교체해 줘야 돼.
근데 나에게는 가격이 늘 부담스럽지. 그러면 당연히 안 되지만, 어떨 때는 브레이크 없이
자전거를 타기도 해.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바로 내 신발 브레이크가 있잖아!
오르막과 평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내리막길은 가끔 걱정이 물론 되지.
요르단 사해 바로 옆에 아주 큰 산이 있어.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 내려가는데 정말 무서웠어.
그 산이 뭐랄까, 일단 나무가 전혀 없고, 먼 옛날 무슨 용암이라도 흘러내렸는지,
돌들이 다 녹아내려서, 전설에 따르면 절대 타락의 상징인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에 묻혔다고들 하는데,
그 녹아내린 그로테스크한 돌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래! 그런 온갖 추악한 일들이 바로 여기서 벌어졌다고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 번은 이탈리아에서 만난 한 아저씨가 브레이크도 없이 여행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아니면 돈도 없이 이탈리아까지 온 게 아저씨 보기에 대견했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브레이크를 사 주시겠다고 같이 꽤 큰 샵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저씨가 미캐닉하고 샵 주인에게 돈도 없이 여기까지 온 내가 대단하지 않느냐고
내가 부탁하지도 않은 말들을 막 늘어놓으셨어.
미캐닉은 콜롬비아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실력이 형편 없더라고.
브레이크(패드) 교체하는 건, 단 5분 안에 끝냈 수 있는 일인데,
걔가 자꾸 실수로 부품을 땅에 떨어뜨리는 거야. 아니 미캐닉이라는 애가 브레이크를 풀 줄도 모르고.
바닥에 몇 번인가 떨어드리고, 여러 가지로 어지러운 바닥에서 또 튕겨져나간 부품을 계속 찾고,
얘가 지금 내 브레이크를 고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고장내고 있는 건지.
걔 때문에 조그만 부품 잃어버렸다가는, 그 조그만 부품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근데 걔가 브레이크 고치면서 한다는 말이.
정말 돈이 없었다면, 카메라를 팔던지!하면서 콧방퀴를 뀌는 거야.
걔가 공짜로 나를 도와주고 있던 게 아니야, 이탈리아인 아저씨가 내 대신 이미 돈 냈어.
나는 화가 났어. 걔가 미캐닉으로서 해야 할 일은 내 브레이크를 똑바로 고쳐내는 일이지,
내가 카메라를 가졌건 말건 돈이 있건 없건 그건 그 친구랑 관계 없는 일이니까.
난 오히려 걔가 나한테 돈을 지불해야 된다고도 생각했어.
왜냐 하면 걔는 어떻게 고치는지도 모르고 있고, 내 자전거를 가지고 고치는 연습을 했으면
나한테 레슨비를 내야 될 거 아니야!
돌아가는 길에 이탈리아인 아저씨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어.
"야, 다음 번에 너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카메라를 숨겨."
근데 내가 비교적 가난한 건 사실이지만, 그 가난함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는 않거든.
그리고 내 생각에는 걔는 내가 카메라 안 갖고 갔어도 나를 도왔을 것 같지도 않아.
내가 그 친구가 미캐닉이라는 것 이외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추측컨데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아.
그 친구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나를 충분히 돕고도 남았을 거야.
그런데 그 친구 마음에는 지금 다른 사람까지 신경 써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
게다가 나는 그 비싼 DSLR도 갖고 있고, 그 친구 입장에서는 그 친구 상황보다는 어쩌면 내가 더 나아보였을 테니까.
내가 만난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90%이상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어.
그 좋은 사람들을 비롯 일부 어떤 사람들은 나를 부자로 보기도 하고, 거지로 보기도 했는데,
그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사실 뭐 내가 그렇게 신경쓸 것도 없어.
근데 걔네들이 생각만 그렇게 하면 모르겠는데, 간혹 모멸감도 같이 준단 말이야.
내가 거지라고 아주 낙인을 찍는 거야.
내가 딱히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를 불편해 하고,
내가 뭐라도 하나 뺐어가지나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게 내 눈에 보이는 거야.
난 그냥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인데. 나를 거지로 알고 멀리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거지로 간주하고, 손가락질도 해.
그러다 나 자신도 내 스스로가 정말 거지가 아닌가 비참해 지기도 하고.
하지만 난 나 자신을 거지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실.
아니, 난 오히려 나를 왕이라고 생각을 해.
잘 생각을 해봐.
나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세상의 맛있는 건 다 먹고,
좋은 인연을 맺고 있어.
단지 주머니에 돈이라는 게 없을 뿐이야.
나는 내일 아침 꼴도 보기 싫은 상사를 만날 필요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고맙다고도 해.
나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대.
나와 함께 한 시간에 감사하다고.
그러면서 더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야.
내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엄청 기뻐하고,
자기가 입던 팬티까지 주려고 한다고.
그들은 오히려 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을 해.
난 그들의 도움을 동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랑이라고 생각해.
난 부끄럽지도 않아.
거지가 아니야 나는.
나는 왕이야.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그 어떤 것의 노예도 아닌.
사람들의 넘치는 사랑은,
과거에 나만 알고 살았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추했는지 느끼게 해줘.
또 지금 나를 멸시하고 거지취급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아주 잘 돼.
왜냐 하면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나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나는 철저히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
나는 그 분이 나를 위해 죽어서까지 사랑하신
명품이야.
그리고 난 길 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가도 갚을 수도 없는 빚을 졌고,
그 빚을 나 또한 사랑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갚아 나가야만 해.
지금의 나는 거지일지언정,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거든.
세상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자기자신이 명품이고,
왜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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