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우리말바루기] 시덥지(?) 않은 소리



어머니에게 자식은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아이 같은 존재인가 보다.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소리를 하든 언제나 노심초사, 자신이 겪어 온 험난한 세상을 자식이 과연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사사건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쏟아내곤 하신다. 세월이 흘러 이제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걱정할 나이가 돼 "힘드시니까 김장 같은 건 손수 하지 마시고 사서 드세요"라고 권해도 '시덥지 않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정성 들여 담근 김치를 봉지 봉지 싸서 자식들마다 하나씩 부쳐 주신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다'라는 뜻을 나타낼 때 흔히 '시덥지 않다' '시덥지 못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시답지 않다' '시답지 못하다'로 쓰는 게 맞다.

원래 '시답다'는 '마음에 차거나 들어서 만족스럽다'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지 않다' '~지 못하다'와 같은 부정적 표현과 함께 쓰이며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시답다" "시다운 생각"처럼 단독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도 이제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 '시답지 못한 모임'들에 모두 참석해 흥청거리기보다 부모님과 함께 올해 집안에 있었던 사건.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정리하며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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