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간혹 자전거 여행시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지 묻는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가령 사고방식에 따라 타올이라는 게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진 옷으로 타올을 대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시 기타연주를 좋아한다면, 기타가 무겁더라도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고 본다.
자전거 여행자뿐만 아니라, 여행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짐은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이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사용빈도수가 높은 것들이다.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있으면 좋지만, 어쩌다 한 번 사용할 것을 여행시 내내 들고 다닐 수는 없다. 먼지조차 무겁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자전거 수리공구는 그냥 육각렌치, 펑크 때울 패치와 본드, 펌프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 어디선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도 하지만)
그 외 무거운 공구들은 필요하면 빌리면 된다. 웬만해서는 빌려준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책이 드는 게,
여전히 난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놈의 “혹시나”는 역시나 “병”이다.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은 잘 갖고 다니지 않지만, 나는 갖고 다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보온병이다. 자전거
여행시 보온병은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역시 무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날씨와는 관계없이 언제나
시원하고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 특성 상, 당연히 최적의 기온만을 쫓아서 여행할 수는 없다. 무척 덥거나, 무척 추운 날씨를 접하는 일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일반 물병은 가벼워서 좋지만, 뜨거운
물을 담을 수가 없고, 차가운 물을 담아보아야 금새 미지근해지기 마련이다. 미지근한 물이 건강에는 이로울 수는 있겠으나, 갈증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반 물병은 가벼워서 이동 중에도 멈추지 않고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전거여행은 레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목마르면 잠시 멈추어 쉬어가며
시원한 물로 갈증을 달래거나, 뜨거운 물로 추운 날씨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할 수도 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뜨거운
물을 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뜨거운 물은 식혀서라도 차갑게 만들 수 있지만, 뜨거운 물을 얻기 위해, 버너를 꺼내서 물을 끓이는 것도 하나의
귀찮은 일이다. 뜨거운 물이 필요한데, 지붕 없는 자연 속에서
온종일 비가 온다거나 하면 버너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전기포트나 정수기 등에서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을 때마다 얻어두면 여행시 편하다. 미리 준비한 뜨거운 물로 컵라면이나 가루스프에 물만 부으면 여행
중 간단히 허기를 달랠 수도 있다.
사족이지만, 나는 특별히
한국제품만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1리터짜리 국산 보온병과 이탈리아 제품을 같이 가지고 다니는데, 국산은 땅에 떨어뜨려도 멀쩡한데, 이탈리아 제품은 보온병 주둥이
플라스틱 부분이 쉽게 깨져나가더만, 보온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버렸다.
외제라고 해서 늘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상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 시답지 않은 나의 보온병 찬가이지만,
당신이 당신의 마스코트인 핑크팬더 인형을 달고 다니더라도 나는 당신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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