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리투아니아에서 여행할 때,
리투아니아의 한 작은 마을에 사시는 아주머니 댁에서 머물다 갈 수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내
요청에 아주머니가 대답하시기를,
온다는 나를 굳이 막지는 않겠지만,
아주머니가 사시는 마을에는 아무런 볼거리랄 것이 없고, 할 일도 없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싶다거나 독서를 하기에는 어쩌면 좋을 수도 있는 작디 작은 마을인데, 그래도 괜찮겠는지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대답하기를, 나는 “장소”에 관심이 별로 없고,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이미 네게 말했듯이,
우리 마을은 볼 것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참으로 심심한 곳이야.
나만 빼고!”
아주머니 댁을 실제로 방문해보니,
그 심심한 마을에 어찌나 많은 여행자들이 그 아주머니 댁을 거쳐갔는지, 온 벽에 전세계
여행자들과 함께 찍으신 사진들로 가득했다.
아주머니는 소방서에서 일하셨는데,
이 아주머니 실제 직업이 혹시 기자는 아니실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역사, 문화, 요리,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호기심.
아주머니가 리투아니아의 여러 음식들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음은 물론이다. 또 아주머니께서 일하시는 소방서로 데려가시더니만 소방관 유니폼도 입혀주시는 특혜를. 사실 생각해보면 서울에 오래 살면서 소방서 구경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전거 여행 특성 상, 필연적으로
도시와 도시 사이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작은 마을들에도 들르기 마련인데, 그런 작은 마을에서 이런
아주머니와 같은 분들을 만난다는 것은, 마치 보물찾기에서 그토록 찾기를 원했던 보물을 찾았을 때의 바로
그 느낌과 비슷하다랄까?
한 번은 폴란드의 스카지스코 카미엔나라는 시골 마을에서 직업이 수의사인
내 또래의 여자 친구를 하나 만났는데, 친구는 거두절미하고 나와 통성명하기 바쁘게 나를 근처 군사 박물관으로
데려갔다. 박물관에서 실제 전쟁에서 사용되었던 비행기, 탱크, 미사일 관람 후, 재미있는 사진 촬영이 끝나기 바쁘게,
이번에는 멋진 스포츠카를 몰아 제트스키를 타기 위해 근처의 호숫가로
갔다. 호숫가에 탈의실 같은 게 있을 리 만무. 친구는 호숫가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마냥, 주위의 시선 따윈 아랑곳 않고 사람들 앞에서 옷을 훌렁
박력 있게(?) 갈아 입었고, 반면 나는 아무도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음에도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며 옷을 갈아입은 후, 우리는 신나게 제트스키를 탔다. 그렇게 제트스키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기 바쁘게,
이번에는 출산 직전의 어미 소가 있다는 연락을 급히 받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아기 소를 받으러 동물농장으로 달려갔다. 아기
소를 받고 난 친구의 의사 까운은 피로 범벅.
그 날 저녁 우리는 읍내에 가서 시원한 맥주로 알찼던 하루를 마무리하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노래를 불렀다. 2년 남짓 동안의 여행을
되돌아볼 때, 하룻 동안에 시골 촌구석에서 일어났다고 믿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 다이나믹했던 하루는 내 여행 중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어디?”보다는 “누구!”라는
여행에 대한 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바로 그 보물처럼 감추어진 누구!를 언제 어디에서 만나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 바로 어쩌면 바로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보물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찾아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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