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명을 밝히기는 좀 그렇고, 전에 어느 나라에서
나보다 어린 한 부부의 집에서 묵은 적이 있다.
아내는 영어교사였기에 영어가 가능했고, 남편은 영어를 전혀 못했다.
아내는 나에게 10개도 넘는 메시지를 보낼 만큼 나를 무척이나 초대하고 싶어했다.
그 집을 방문하기 전, 아내가 말하기를,
자신의 나라에서는 결혼한 여자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손님이 집에 방문할 수 없고, 아내가 남편과 함께 있을 때에만 방문할 수 있단다.
그런데 하필 내가 방문하게 될 날에, 자신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을 것이지만,
남편은 PC방에서 밤 12시까지 일을 하는데,
우선 남편이 일하는 PC방에 가서 남편을 만나,
남편이 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올 수 있겠는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당신이 말한 대로 남편을 먼저 만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당신의 집을 방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을 했다.
막상 집을 방문해보니, 부부가 사는 층 윗층에는 남편의 어머니가, 아랫층에는 남편의 형제들이 사는 구조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놓고 나를 맞을 준비를 해놓았다.
그들 나라의 음식은 정말이지 한 마디로 끝내준다.
부부가 사는 층에 남편의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난 당연히(?) 어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실 거라 예상했는데, 나를 쳐다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인사와 같은 것은 물론 없었다. 그 살기 어린 눈빛은 나에 이어 아내에게도 날아갔고, 아내는 그 눈빛을 피하는 것 같은 분위기. 혹시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잘못 온 건가? 싶었다.
내 짐작에 일단 어머니는 그 동안 외국인을 자주 만난 것 같지 않고, 누군지 잘 모르겠는 바깥 남자를 며느리는 왜 우리 집 안에 들였는가?라는 기분이 아니셨을까?
어머니의 반응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 심정을 이해하려면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퇴장하신 후의 아내의 반응도 좀 이상했다.
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하는데, 그 칭찬하는 말에 전혀 감정이 느껴지질 않고, 마치 로보트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거의 웃는 법이 없었고, 행동이 대단히 부자연스러웠다. 역시 짐작이지만, 자신이 내 앞에서 웃기라도 하면, 영어를 못하는 남편에게 혹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매우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와 그의 아내가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몰라 내내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불행하게도 당시 그 집에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맛있는 음식만이 바닥에 예쁘게 차려져 있었을 뿐. 이쯤 되면 도대체 왜 나를 자신들의 집에 초대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남편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나를 초대한 것이라 했다.
아내의 전략은 아무래도 실패한 듯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옷을 좀 제대로 입어줄 수 있겠느냐고.
나는 아내로부터 그 말을 들을 때까지 내가 알몸인 줄 미처 모르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은 알몸.
부끄러워진 나는 당장에 옷을 갖추어 입었다.
같은 나라에서 다른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나라에서는 모기조차도 여자 모기가 방에 혼자 있을 때는,
남편 모기 없이는 그 어느 남자 모기도 여자 모기와 함께 있을 수는 없단다.
물론 농담이었다.
이렇게 보수적인 가족들도 만나지만, 한편으로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방적인 가족들도 만난다. 낯뜨거운 이야기이지만, 가령 손님인 나를 맞아놓고서 바로 옆 방에서 나에게도 소리가 다 들리도록 잠자리를 갖는다든지. 나는 그냥 쉬고 싶은데, 아니 왜 한 밤 중에 진도 6.5의 지진을 만들어내는 걸까? 도대체가 이해불가. 내가 왕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기본적인 것을 좀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 역시 어쩌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 편으로는 든다.
나보다 어린 한 부부의 집에서 묵은 적이 있다.
아내는 영어교사였기에 영어가 가능했고, 남편은 영어를 전혀 못했다.
아내는 나에게 10개도 넘는 메시지를 보낼 만큼 나를 무척이나 초대하고 싶어했다.
그 집을 방문하기 전, 아내가 말하기를,
자신의 나라에서는 결혼한 여자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손님이 집에 방문할 수 없고, 아내가 남편과 함께 있을 때에만 방문할 수 있단다.
그런데 하필 내가 방문하게 될 날에, 자신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을 것이지만,
남편은 PC방에서 밤 12시까지 일을 하는데,
우선 남편이 일하는 PC방에 가서 남편을 만나,
남편이 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올 수 있겠는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당신이 말한 대로 남편을 먼저 만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당신의 집을 방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을 했다.
막상 집을 방문해보니, 부부가 사는 층 윗층에는 남편의 어머니가, 아랫층에는 남편의 형제들이 사는 구조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놓고 나를 맞을 준비를 해놓았다.
그들 나라의 음식은 정말이지 한 마디로 끝내준다.
부부가 사는 층에 남편의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난 당연히(?) 어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실 거라 예상했는데, 나를 쳐다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인사와 같은 것은 물론 없었다. 그 살기 어린 눈빛은 나에 이어 아내에게도 날아갔고, 아내는 그 눈빛을 피하는 것 같은 분위기. 혹시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잘못 온 건가? 싶었다.
내 짐작에 일단 어머니는 그 동안 외국인을 자주 만난 것 같지 않고, 누군지 잘 모르겠는 바깥 남자를 며느리는 왜 우리 집 안에 들였는가?라는 기분이 아니셨을까?
어머니의 반응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 심정을 이해하려면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퇴장하신 후의 아내의 반응도 좀 이상했다.
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하는데, 그 칭찬하는 말에 전혀 감정이 느껴지질 않고, 마치 로보트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거의 웃는 법이 없었고, 행동이 대단히 부자연스러웠다. 역시 짐작이지만, 자신이 내 앞에서 웃기라도 하면, 영어를 못하는 남편에게 혹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매우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와 그의 아내가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몰라 내내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불행하게도 당시 그 집에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맛있는 음식만이 바닥에 예쁘게 차려져 있었을 뿐. 이쯤 되면 도대체 왜 나를 자신들의 집에 초대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남편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나를 초대한 것이라 했다.
아내의 전략은 아무래도 실패한 듯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옷을 좀 제대로 입어줄 수 있겠느냐고.
나는 아내로부터 그 말을 들을 때까지 내가 알몸인 줄 미처 모르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은 알몸.
부끄러워진 나는 당장에 옷을 갖추어 입었다.
같은 나라에서 다른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나라에서는 모기조차도 여자 모기가 방에 혼자 있을 때는,
남편 모기 없이는 그 어느 남자 모기도 여자 모기와 함께 있을 수는 없단다.
물론 농담이었다.
이렇게 보수적인 가족들도 만나지만, 한편으로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방적인 가족들도 만난다. 낯뜨거운 이야기이지만, 가령 손님인 나를 맞아놓고서 바로 옆 방에서 나에게도 소리가 다 들리도록 잠자리를 갖는다든지. 나는 그냥 쉬고 싶은데, 아니 왜 한 밤 중에 진도 6.5의 지진을 만들어내는 걸까? 도대체가 이해불가. 내가 왕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기본적인 것을 좀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 역시 어쩌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 편으로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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