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중 입고 다닐 목적으로 직접 주문 제작한 반팔 티셔츠 두 장이 있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두 장 모두 예수님과 관련된 문구를 넣었다.
하나는 일본어로”イエス♡日本”(예수님은 일본을 사랑하신다는 의미),
다른 하나는 영어로”JESUS DIED FOR YOU”(예수님께서 당신을 위해
돌아가셨다는 의미)라고 쓰여져 있다.
두 장 모두 티셔츠의 뒷면에는 세계지도와 자전거 그림이 있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세계지도는 어느새
지워져 버렸고, 자전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 티셔츠와 관련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가타카나로 쓰여진 イエス(예수)라는 글자는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빨간색 하트와 한자로 쓰여진 日本이라는 글씨만 보고서,
일부 애국심(?) 넘치고 성격 급한
사람들이,
아니! 일본을 사랑하다니, 당신! 친일파 아니냐며 손가락질을 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일본을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미국도 사랑하고, 중국도, 북한도 다 사랑한다고 해명을 했다.
그러면서 하트와 日本만 보실 것이 아니라, 그 옆에 イエス(예수)라는 글자도 있음을,
원래는 일본어로 예수님이 일본을 사랑하신다는 의미였다고 알려주었더니,
이제 돌아오는 말은 다름 아닌 “개독교”.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친일파도 모자라, 개독교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오해 살 일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잘못도 있다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부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난 여전히 잘만 입고 다니고 있다.
한 번은 알바니아에서 여행하던 중 만난 한 내 또래의 여자 애가,
영어로 쓰여진 내 티셔츠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해서,
자신에게 선물로 줄 수 있겠는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도 주고야 싶지만, 이 티셔츠는 내가 직접 주문해서 만든 거라서,
어디서 살 수도 없고, 선물로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을 했는데,
그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애원하다시피 그래도 꼭 좀 줄 수 없겠냐고 통사정을
하며,
입고 있던 내 옷을 아예 벗겨내려는 기세였다.
티셔츠를 자신에게 그냥 주기 뭐하면, 자신의 티셔츠와 맞교환을 하자며,
마치 되게 귀한 것인 듯, 조금은 낡은 자신의 핑크색 티셔츠를 내게 보여주었는데,
그 티셔츠에는 “LOVE SOCCER FOREVER”라고 쓰여져 있었다.
색깔이 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내가 뭐 축구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 친구가 워낙 간절히 원하길래, 결국 승낙을 했더니, 친구는 뛸 듯이 기뻐했다.
무슬림이 많은 줄로 알았던 알바니아에서, 예수님과 관련된 내 티셔츠를 원하는
크리스천이 있다니, 한편으론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내 옷을 가졌으니,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자랑스러운
알바니아의 사도 바울이 되길 바라는 바이다.
티셔츠 두 장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성급하게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자.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 티셔츠를 원했던 그녀처럼, 나에게는 간절함이라는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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