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하루에도 열댓 번씩은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를 연발한다.
무치시마스는 "대단히" 정도의 의미일 것이고, 그라시아스는 "고맙습니다"의 미이다. 근데 문제는 아주 사소한 건에도 늘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 그러는 것이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그러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게는
은근히 그게 좀 귀에 거슬린다. 그 친구에게 굳이 말은 안 하지만.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를 지나치게 남용하는 느낌이랄까. 뭔가 무치시마스의 어감도 그다지 그렇게 좋지도 않고. 너무 남용한 나머지, 그 문장에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별 것 아닌 것에도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인데, 정말로 대단히 고마울 때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같은 말이라도
평상시처럼 내뱉 듯 하는 게 아니라,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분명히 그리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건지. 감사한 마음을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그 친구만큼 빈번히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질투심 때문일까?
암튼 외국 친구들과 있으면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다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아서 좀 피곤할 때가 있다.
나도 다음에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를 한 번 외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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