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멀리 보지 못하는 사람

독립영화를 좋아하지만, 정작 독립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예전에 보았지만, 여전히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제목은 "멀리 보지 못하는 사람" 

1미터 정도 앞밖에 볼 수 없는 한 청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야속하게도 멀리 볼 수 없는 그 청년을 놀려대곤 했다. 
저 멀리 산 꼭대기에 한 번 올라보는 것이, 청년이 품은 평생의 꿈이었지만, 
멀리 볼 수 없었던 탓에 오랫동안 망설이며 산에 오르기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큰 용기를 내 산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는다. 

너무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용기를 내서 찾아온 산인데, 힘이 든다고 해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죽을 만큼 힘이 들었지만,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올라갔다. 

얼마나 그렇게 올랐을까. 

청년에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정상에 오르기를 결국 포기하고야 만다. 
한 헬리콥터에 실린 카메라가 지쳐 쓰러진 청년을 멀리서 촬영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청년이 포기한 곳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이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산 정상이었다. 
그는 멀리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정작 자기자신만 몰랐던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청년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교훈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아닐런지.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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