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1일 금요일

Q10. 자전거 여행 중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을 때는 어디서? [자전거 세계일주]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나 웜샤워(warmshowers)를 자주 이용하지만,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카우치서핑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어디든 잘 찾아서 잘 잡니다.




1. 숲속



가끔은 안에서 자는 것보다 밖에서 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머물 곳이 없던 참에 
브라뇨라는 슬로바키아인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캠핑하기에 최적인 장소를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전에 TV를 보다가, 슬로바키아에 찾아온 외국인을
현지인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만은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나를 만났을 때,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정말 눈 감고도 텐트 칠 수 있지만, 
처음에는 텐트를 가지고만 있었지 어떻게 치는 줄도 몰랐습니다. 
브라뇨의 친구들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설명서 필요하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자기들은 그런 것 필요없다고 하더니,
익숙한 동작으로 금새 그냥 텐트 쳐버리더군요.



그 숲 옆에 호수가 있어서 더울 때면 수영하러도 자주 갔었지요.






저만 혼자서 캠핑한 게 아니라,
저 친구들은 집에서보다 숲속에서 자는 일이 더 많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좋았지요.
같이 밥도 자주 해먹었구요.




2. 현지인 집 마당이나 정원


노숙을 하더라도, 장소선정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요.
아무데서나 자다가, 누가 와서 저를 해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요. 
보통은 현지 사람들 사는 집 마당이나 정원에
텐트를 좀 쳐도 되겠는지 양해를 구합니다.



여기서 잘 때는 장마 기간이었는지
몇 날 며칠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텐트 안에서 옴짝달싹 못했네요.
덕분에 텐트 안에서 기도 많이 했습니다.




3. 들판


아무래도 지붕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많이 덥습니다.



4. 사막






사막에서는 나무가 귀하지요.
나무 아래가 그늘이 있고 좋습니다.
사실 자고 있을 때 야생동물이 덮치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개미나 모기를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요.
그리고 사막에서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 주어야 하고, 마시고 씻을 물을 항상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 사진은 사막은 아니었지만,
사막에서도 이런 천막 텐트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베드윈을 만나면 얘기를 해서,
일을 조금 거들어 주고 숙식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5. 공원



어둠 속에서는 만나면 제일 반가운 것도 사람이요,
만나면 가장 무서운 것도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귀중품은 텐트 안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네요.



6. 폐가(또는 무허가건물)




아침에 보면 이렇게나 평화로울 수가 없는데,
밤에는 심리적인 것 때문인지,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많이 무섭습니다.





여행하는 친구들끼리는 어디에 가면
무허가 건물이 있다는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도, 물도, 화장실도 없지만,
나중에 도서관 같은 곳에서 대충 해결하면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더 좋겠지요.


7. 수도원



사실 수도원에서 잘 생각은 아니었는데,
친구가 수도원까지 얼마 안 걸린다고 해서 구경 갔는데,
시간 꽤 걸리더군요. 집에 가려는데 너무 밤이 깊어버려서,
수도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 둔 매트리스 위에서
신세를 좀 졌습니다. 다른 신자 분들도 많이들 주무시더군요.
여행 중에 교회나 모스크에서 잘 수 있겠지만,
일부러 찾아간 적은 별로 없습니다.
가능한 한 누구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요.




8. 주차장 또는 창고



기름 냄새가 많이 나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환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를 도와주시기를 원하지만,
집 안으로까지 들이기에는 부담스러워 하실 수 있습니다.
전 당연히 그 분들의 심정 이해하고요.
전 호화로운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공간이라면 어디든 상관이 없습니다.





9. 의자 위



당연히 많이 불편합니다.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피곤에 장사 없습니다.
피곤하면 어디서든 쓰러져서 잘 잡니다.




10. 옥상 위



여름에는 많이 덥기 때문에,
옥상 위에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하늘에 뜬 아름다운 별을 보며 잠드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에는 해가 뜨는 것도 볼 수 있고요.
물론 모기는 조심하셔야겠죠.



옥상이 아니면 지붕도 좋고요.



11. 캐러밴



사용하지 않는 캐러밴이 제 친구 아지트 같은 곳인데,
하루 저녁 자게 해주었습니다. 여름에는 많이 덥더군요.






12. 해변



사람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겠지요.
이곳 주위에 무슨 유원지가 있었던 것인지,
밤새 노래 소리와 자꾸 사람들이 텐트 주위로 걸어들 다녀서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장소선정이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밤이 너무 늦어 더 나은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어느 해변에서 텐트 치고 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동네 청소년들인지, 제 텐트에 누가 뭘 강하게 던졌더라구요.
나가 보니 아무도 없었고, 던진 것은 진흙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랑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 그냥 무시하고 다시 텐트 들어가서 자려는데,
또 진흙을 던지고 어디론가 숨더군요.
밤새 그럴 것 같길래, 세 번째 이후로는 그냥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혼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말려들 필요는 없었지요. 












여행하다 보면, 어디를 가든 매번 만나는 친구들도 있기 마련인데요.
크로아티아를 여행할 때,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 친구들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머물 곳이 없었고,
그 친구들이 여자이기도 해서, 하룻 저녁 제가 보디가드가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그 친구들이 저의 보디가드였을 수도 있고요. -,.-




13. 포도밭



자고나서 아침이나 여행길을 위해 포도 몇 송이를 서리할 수 있습니다.
농부님들께는 죄송하네요.



14. 경찰서 옆






15. 주유소



주유소 옆에서 특히 많이 잤는데요.
일단 안전하고, 물을 얻을 수도 있어 좋습니다.
일하는 친구들도 친절한 경우가 많고요.
머물 곳이 없을 땐, 개인적으로 주유소를 강추합니다.










16. 공사장


별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정 공사장밖에 잘 곳이 없다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17. 국경 근처 구멍가게 옆


발칸반도를 지날 때 우기였는데,
국경을 넘을 때마다 궂은 날씨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산에서 비가 오면, 평지보다 더 힘들거든요.
산에 고립되어 있었고, 비 때문에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라이딩하기도 힘들어서, 국경 근처의 구멍가게 앞에서 하룻밤을 지샜습니다.
일하던 사람들은 다들 집에 가버렸고,
너무 춥고 분위기도 좀 무서워서 잠을 설쳤습니다.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넘어갈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눈이 너무 많이 왔네요.
자전거를 탈 생각은 꿈도 못 꾸었고,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끌고 가는 것조차도 버겁더군요.



날은 이미 저물었고, 눈은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버스 정류장을 찾아 그곳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이러다 죽는 것 아닐까? 싶어서 불을 좀 피워 볼까 했지만,
나무들이 젖어 있어서, 그마저도 불이 잘 붙지 않더군요.
추웠다는 것도 어쩌면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듣자 하니, 눈이 내리고 있는 동안에는 
온도가 그렇게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아무튼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인적도 없고, 마을도 없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가뭄에 콩 나듯 지나가는 차를 한 대 겨우 잡아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좀 도와줄 수 있겠는지 부탁해 보았습니다.
제 자전거와 모든 짐을 실고도 남을 정도로 큰 차였음에도, 거절하더군요.
덕분에 눈보라 속에서 산속에 고립된 상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았습니다.





자전거랑 제 모습의 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가끔 극한의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신 분들을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의문인 것은, 정말 일분일초를 다투는 극한의 상황이었다면 
과연 사진 찍을 여유가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겠지만,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래도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정말 극한의 상황에서는 사진 찍을 엄두는 커녕 오직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뿐일 테니까요.


앞서 소개한 장소들 이외에도, 버스 정류장이나, 소방서,
학교와 같은 곳에서 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자게 되든, 저나 여러분 모두 부디 잘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한 마디로 결론은,






우리집이 최고다!












댓글 6개:

  1. 홀로 자전거 여행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네요.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블 게임보다 더 힘든 것 같네요.
    부디 건강하고 아무 탈없이 여행을 마치길 빕니다!

    답글삭제
    답글
    1. 힘들 때도 있고, 그럭저럭 견딜만 할 때도 있지요.
      그래도 이렇게 응원의 댓글 남겨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삭제
  2. 정말 유용한 정보입니다. 밖에서 잘 수있는 곳은 거진 다 나열된 것 같아요..! 저도 덕분에 좋은 정보얻고 용기내서 여행 떠납니다! 스페인에서 배는 구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좀 더 기운내세요!

    답글삭제
    답글
    1. 유용한 정보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고 나니 추가할 부분들도 생기네요. 어디로 떠나시나요? 저는 스페인에서 배를 찾지 못하여, 세네갈까지 갔지만 역시 배를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5불당이라는 다음의 카페에서 도움을 주셔서, 다행이 남미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칠레에 와 있습니다. 하나님(?)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 되세요.

      삭제
  3. >ㅁ<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한다는것은 생각만해도 힘들겠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경험하고 계신다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네요!! 그리고 응원해드릴께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