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에콰도르인 (2)

여행 중 장사할 때 앉아 있으려고, 볼리비아 있을 때 접을 수 있는 작은 의자를 하나 샀다. 근데 이게 중국제라서, 같은 의자를 가지고 있던 페루 친구도 얼마 못 쓰고, 천 부분이 망가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있듯이 내 의자는 아직 새것이었지만, 쉽게 망가지지 말라고 일부러 재봉하는 곳까지 가서 천 부분을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렇게 재봉질까지 했겄만, 내 것도 얼마 못 가 뜯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래도 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페루의 한 벼룩시장에서 중고 청바지를 1솔(거의 거저라고 볼 수 있다)에 사서, 그 천을 잘라서 다시 재봉을 맡겼다. 그렇게 볼리비아에서부터 페루, 에콰도르까지 별 문제 없이 내 엉덩이를 책임져 왔던 의자와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의자를 에콰도르 키토 광장에서 실수로 잃어버린 것이다. 비싼 의자는 아니었지만, 신체의 일부처럼 늘 함께 했던 의자를 잃어버리고나니 마음이 한 켠이 무척이나 허전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유심카드를 파시는 아주머니가 “야, 너 혹시 의자 잃어버리지 않았냐?”라고 하시길래, 그렇지 않아도 내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의자를 잃어버려서 시무룩해 있던 참이라고 말씀을 드리니, 아주머니 왈, “니 신체 일부 내가 우리 집에 보관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가져다줄게.” 의자를 되찾고나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알라스카, 아니 한국까지 가져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