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는 여행 중 팔기에 좋은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단점 역시 존재한다. 단점이라면, 일단 종이이다보니, 양이 많아지면 무거워서 들고다니기 힘들다는 점, 또 사람들이 엽서를 고르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엽서들을 실컷 살펴보다가 결국에는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안 살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그래서 든 생각이, 자전거여행과 연관시켜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를 팔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열쇠고리는 엽서처럼 뭐 만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사서 팔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무게도 그리 많이 나가지 않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열쇠고리 파는 곳을 찾았는데, 문제는 나는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만 필요한데, 나에게 야자수 모양 열쇠고리, 기타 모양 열쇠고리랑 섞어서 다른 모양 열쇠고리까지 묶어서 팔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정사정해서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만 120개 정도를 샀다. 그렇게 앞으로 여행 중에 팔려는 생각이었는데, 이바라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쓰는 동안, 자전거를 잠시 밖에 세워두었는데, 누가 내 가방을 열어서 자전거 열쇠고리 120개랑 잠바를 몽땅 훔쳐가버린 것이다. 사실 인터넷하러 들어갈 때, 카메라나 노트북 등 더 중요한 물건들은 챙겨서 들어가긴 했는데, 동네가 워낙 조용해서, 별 일 있겠거니 방심했던 게, 별 일이 생겨버린 것. 잃어버린 잠바는 방수가 되는 점도 좋았지만, 볼리비아 있을 때, 친구가 선물해준 것이어서 더욱 속상했고, 열쇠고리는 콜롬비아 들어가서 여행길에 팔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물건들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바라의 사람들이, 내게 잠바도 선물로 주고, 돈도 좀 모아서 주고, 엽서랑 얼마 남지 않은 열쇠고리도 사주고 했다. 사실 훔쳐간 도둑이 나쁜 것이지, 도난 한 번 당했다고 해서, 에콰도르 사람 전체를 안 좋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열쇠고리들을 도난당한 것은 아쉽게 되긴 했지만, 에콰도르인들의 착한 마음은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다.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친절한 에콰도르인 (5)
엽서는 여행 중 팔기에 좋은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단점 역시 존재한다. 단점이라면, 일단 종이이다보니, 양이 많아지면 무거워서 들고다니기 힘들다는 점, 또 사람들이 엽서를 고르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엽서들을 실컷 살펴보다가 결국에는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안 살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그래서 든 생각이, 자전거여행과 연관시켜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를 팔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열쇠고리는 엽서처럼 뭐 만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사서 팔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무게도 그리 많이 나가지 않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열쇠고리 파는 곳을 찾았는데, 문제는 나는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만 필요한데, 나에게 야자수 모양 열쇠고리, 기타 모양 열쇠고리랑 섞어서 다른 모양 열쇠고리까지 묶어서 팔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정사정해서 자전거 모양 열쇠고리만 120개 정도를 샀다. 그렇게 앞으로 여행 중에 팔려는 생각이었는데, 이바라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쓰는 동안, 자전거를 잠시 밖에 세워두었는데, 누가 내 가방을 열어서 자전거 열쇠고리 120개랑 잠바를 몽땅 훔쳐가버린 것이다. 사실 인터넷하러 들어갈 때, 카메라나 노트북 등 더 중요한 물건들은 챙겨서 들어가긴 했는데, 동네가 워낙 조용해서, 별 일 있겠거니 방심했던 게, 별 일이 생겨버린 것. 잃어버린 잠바는 방수가 되는 점도 좋았지만, 볼리비아 있을 때, 친구가 선물해준 것이어서 더욱 속상했고, 열쇠고리는 콜롬비아 들어가서 여행길에 팔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물건들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바라의 사람들이, 내게 잠바도 선물로 주고, 돈도 좀 모아서 주고, 엽서랑 얼마 남지 않은 열쇠고리도 사주고 했다. 사실 훔쳐간 도둑이 나쁜 것이지, 도난 한 번 당했다고 해서, 에콰도르 사람 전체를 안 좋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열쇠고리들을 도난당한 것은 아쉽게 되긴 했지만, 에콰도르인들의 착한 마음은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다.
친절한 에콰도르인 (1)
한 번은 이바라라는 곳에서 산 파블로라는 호수에 놀러갔다 온 적이 있다. 산 파블로 호수에 가기 위해선 이바라에서 오타발로에 가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호수로 가야 한다. 버스비는 90센트 정도 된다. 90센트를 내고, 산 파블로 호수로 가서 구경하고, 다시 이바라로 돌아가려는데, 중간에 오타발로에서 버스를 갈아탈 것 없이, 이바라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기사에게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1달러라고 하더만, 금새 다시 말을 바꿔 1달러 50센트라는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기는 했지만, 기사가 내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게 눈에 딱 보였다. 그런데 승객 중 아주머니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기사 말은 거짓말이라면서, 90센트만 내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버스에는 기사가 있고, 요금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요금을 받는 사람이 내게 왔을 때, 아주머니가 왜 바가지를 씌우느냐고 내 대신 막 따지시면서, 원래 요금인 90센트만 받으라고 하시는 것이다. 사실 자기 일 아니면, 굳이 신경 안 쓰고 사는 세상인데, 아주 강력하고 단호하게 내 편을 들어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홀딱 반해버렸다. 아주머니가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으셨는지, 부자인지 가난한 분이신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에는 아주머니처럼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 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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